

포항, 강릉, 제주 물회는 이름만 같을 뿐 국물부터 재료까지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 여름 한 철 세 지역을 훑어보면 물회 지도가 새로 그려집니다.
작년 8월, 포항 죽도시장 골목 식당에서 스테인리스 대접에 담긴 물회를 받았을 때 국물 색부터 예상과 달라서 잠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강된장을 푼 걸쭉하고 얼큰한 국물이었는데, 흔히 알던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물회와는 결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날 이후로 지역별 물회를 제대로 비교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글에서 그 기록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포항 물회 — 강된장이 만드는 얼큰함
포항 물회의 정체성은 초고추장이 아니라 강된장에 있습니다.
된장을 갈아 육수에 풀고 여기에 채썬 생선회와 오이, 양파를 더해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냅니다.
죽도시장 인근 노포들은 여름 한정이 아니라 사계절 물회를 파는 경우가 많아서, 겨울에도 뜨끈한 국물 대신 시원한 물회를 찾는 손님이 꾸준합니다.
밥보다 국수를 말아 먹는 방식이 자리 잡은 것도 포항 물회만의 특징입니다.
강릉·속초 물회 — 새콤달콤 초고추장 스타일
강원도 동해안 물회는 흔히 떠올리는 그 초고추장 물회에 가장 가깝습니다.
고추장에 식초와 설탕을 더해 새콤달콤한 국물을 만들고, 오징어나 광어 같은 흰살 생선을 듬뿍 올립니다.
속초 중앙시장이나 강릉 사천진리 쪽 횟집에서는 얼음을 국물에 아예 띄워주는 곳도 많아서 첫 숟갈부터 시원함이 확 느껴집니다.
밥을 말아 비벼 먹는 마무리가 국룰처럼 정착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제주 자리물회 — 된장과 제피가 만드는 향
제주 물회는 육지 물회와 아예 다른 갈래로 봐야 합니다.
자리돔이라는 작은 생선을 뼈째 썰어 넣고 된장과 제피(산초) 잎으로 향을 낸 자리물회가 대표적입니다.
제피 특유의 알싸한 향 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은 낯설어할 수 있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다른 물회로는 대체가 안 된다는 평이 많습니다.
자리돔은 5월에서 7월 사이가 제철이라 이 시기 제주를 찾으면 자리물회 전문점이 유독 붐비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회는 원래 뱃사람들이 배 위에서 간단히 회를 국물에 말아 먹던 데서 유래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역마다 국물 베이스가 갈린 것도 결국 그 지역에서 가장 흔했던 장류를 썼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부산·거제 물회 — 밥과 함께, 그날 잡힌 생선 그대로
부산과 거제 쪽 물회는 초고추장 베이스이면서도 그날 잡힌 생선을 그대로 쓰는 게 특징입니다.
광어, 도미, 우럭 등 어종이 계절과 어장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게 오히려 매력으로 통합니다.
밥을 미리 국물에 말아 내주는 집도 많아서, 물회 자체를 한 끼 식사로 든든하게 즐기기 좋습니다.
집에서 즉석으로 즐기는 물회 재료 비율
세 지역 물회를 다 맛보고 나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기본 비율은 고추장 2, 식초 1, 설탕 0.5 정도로 잡고 여기에 다진 마늘과 얼음물을 더하면 강원도식 베이스에 가까워집니다.
강된장 스타일을 원한다면 된장을 체에 걸러 육수에 풀고 고춧가루를 살짝만 더하는 정도로 얼큰함을 조절하면 됩니다.
회는 광어나 도미처럼 살이 단단한 흰살 생선을 얇게 썰어야 국물에 넣었을 때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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