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북쪽에 600년 된 초가 골목이 숨어 있습니다, 고성 왕곡마을 북방식 한옥 산책법

바닷가 마을에 갔는데 정작 바다가 아니라 초가지붕 때문에 발길이 멈추는 곳이 있습니다.
속초해변에서 동해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21km, 송지호 곁에 자리한 고성 왕곡마을입니다.
2013년 보도 기준으로 ㄱ자 기와집 약 20채와 초가 약 50채가 남아 있었고, 대부분 150년 안팎 겨울을 난 집들로 소개됩니다.
그런데 이 마을이 진짜 신기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6·25 전쟁에도, 근래의 대형 산불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왕곡마을은 둘레 약 4km의 석호 송지호와 해발 200m 안팎의 야산 다섯 개에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합니다.
이런 지형이 전란과 화재를 비껴가게 한 방패였다는 설명이 여러 자료에 나옵니다.
주소는 강원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이고, 속초에서 차로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송지호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마을에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14세기, 고려 말 두문동 72현 가운데 한 분인 함부열이 조선 건국에 반대해 간성에 은거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함씨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약 600년을 이어 왔다고 합니다.
2013년 보도에는 양근 함씨와 강릉 최씨 두 집안이 약 60명, 평균 나이 70세 안팎으로 살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마을은 2000년 1월 중요민속자료 제235호(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북방식 한옥은 한마디로 추위와 싸우려고 설계한 집입니다.
걷다가 아래 다섯 가지만 눈여겨보세요.
굴뚝은 항아리로 막았다.
2015년 기사에는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에 전통놀이와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이 소개되었습니다.
제기차기와 팽이치기, 비석치기 같은 놀이가 있었고 디딜방아와 그네, 널뛰기는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만 같은 프로그램이 올해도 운영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을 방문이라면 공연보다 조용한 골목 산책 자체에 기대를 두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초가지붕과 기와집, 야산 능선과 호수 수면이 한 화면에 담기는 마을이라 사진이 목적이라면 해가 낮아지는 오후 늦은 시간이 잘 어울립니다.

2013년 기사 기준으로 마을 입구에 저잣거리와 마을회관이 있으니 거기서부터 시작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보세요.
골목을 따라 초가와 기와집을 천천히 보고, 항아리 굴뚝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마을을 나오면 앞의 송지호 둘레에서 철새와 호수 풍경을 즐길 수 있고, 더 이어 간다면 일출 명소 천학정과 관동팔경 청간정이 가까이 있다고 소개됩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지금도 주민이 사는 마을입니다.
대문 안이나 텃밭에 들어가지 말고, 큰 소리와 드론 촬영은 삼가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숙박 체험 한옥을 운영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예약 방식과 요금은 바뀌었을 수 있으니, 방문 전 반드시 문의해 보세요.

항아리 굴뚝 아래 낮은 초가 골목에서 천천히 걸어 보세요.




